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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선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 리뷰』 : 죽음을 준비하는 엔딩노트 작성법

by toxictfrog 2026. 2. 9.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 리뷰

 

 

웰다잉의 서막, 조현선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을 읽고

요즘은 잘 사는 것만큼이나 나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사실 죽음이란 대단히 막연하게 느껴지며, 당장은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은 흔히 죽음을 금기시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깊이 생각하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신선하게 뒤흔든다. 작가는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기획하며, 죽음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나의 마지막인 '죽음'에 대해 단순히 두려워하기보다, 한층 더 심도 깊고 입체적인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작가가 제시하는 다정한 제안들과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1. 남겨진 이들을 위한 배려, '다정한 매뉴얼'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죽음 이후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작성하는 '엔딩 노트(Ending Note)'다. 대개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남겨진 이들은 큰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복잡한 행정 절차와 생소한 장례 예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이 장례식장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작가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본인이 직접 작성한 다정한 매뉴얼을 제시하며 죽음 준비의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한다.

 

작가가 제안하는 매뉴얼은 결코 거창하거나 딱딱한 유언장이 아니다. 자신의 영정 사진으로 쓰일 사진을 미리 골라두거나, 장례식장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의 메뉴를 정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SNS 계정과 디지털 기록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세세한 지침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넘어, 남겨진 이들이 고인의 의중을 몰라 죄책감을 느끼거나 방황하지 않도록 돕는 마지막 배려다. 슬픔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작가의 태도에서 우리는 죽음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매뉴얼은 결국 남겨진 사람들에게 건네는 가장 마지막이자 따뜻한 위로인 셈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 또한 나만의 엔딩 노트를 조심스럽게 작성해 보았다.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은 내 마지막 자리를 채워줄 '음식'에 관한 것이었다. 장례식장 하면 으레 떠오르는 육개장 대신, 평소 내가 가장 즐겼던 빵과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끈한 올리브가 콕콕 박힌 치아바타와 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인 풍경. 이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가장 멋지고 '나다운'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그 공간을 채울 음악 역시 너무 신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처지지도 않는 부드러운 재즈풍으로 선곡해 두었다. 나의 마지막을 함께해준 사람들이 무거운 침묵 속에 잠기기보다, 편안한 음악과 함께 나라는 사람을 따뜻한 기억으로 추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처럼 구체적인 상상을 통해 적어 내려간 한 줄의 기록은, 죽음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편안하게 다가왔다.

2. 죽음을 기획하며 발견하는 '나다운' 삶의 가치

조현선 작가는 장례식을 단순히 슬픈 이별의 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취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마지막 '전시'처럼 그려낸다. 흔히 볼 수 있는 엄숙하고 경직된 장례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이 사랑했던 음악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하고, 찾아온 이들이 형식적인 육개장 대신 자신이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을 나누며 즐겁게 머물다 가기를 바라는 모습은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는 죽음이 결코 타인의 시선이나 관습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온전한 나의 영역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획 과정은 역설적으로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가 오히려 현재의 내가 무엇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지를 선명하게 투영하는 것이다. 내가 고른 수의, 내가 고른 음악, 내가 지정한 조문객의 범위는 곧 내가 살아온 궤적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죽음이라는 끝을 상정했을 때 비로소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이 아닌, 가장 나다운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결국 잘 죽기 위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나답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이어진다.

3.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완성되는 삶의 문장

흔히 죽음을 삶의 단절이나 실패, 혹은 모든 것의 소멸로 여기지만 작가는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바라본다. 책의 제목처럼 '완벽한 장례식'을 꿈꾸는 것은 결코 화려한 겉치레나 허례허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내 인생의 서사를 타인이나 우연에 맡기지 않고 끝까지 주체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장이 마침표를 찍어야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완성하듯, 인간의 삶 역시 죽음이라는 마침표를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그 전체의 의미가 결정될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 속에 죽음을 방치하기보다, 작가처럼 나만의 매뉴얼을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 자체가 현재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엔딩 노트를 작성한다는 것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유한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재를 책임감 있게 살아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죽음이 내일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우리에게 매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살아갈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마무리 :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을 더 사랑하는 법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오히려 삶에 대한 진한 애착과 활력이다. 작가가 보여준 일련의 준비 과정은 죽음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 충분히 아름답게 가꾸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나만의 장례식을 기획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가장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그 페이지가 준비되지 않은 당혹감과 후회로 채워질지, 혹은 작가가 제안한 것처럼 다정하고 완벽한 마무리가 될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죽음을 어떤 태도로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 모든 준비가 갖춰진 완벽한 엔딩 노트를 쓸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 나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향기가 나고 어떤 사람들이 모여 나를 추억할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편안하고 따뜻함으로 채워질 것이다.

 

삶의 유한함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오늘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의 소중함은 더욱 선명해진다. 죽음이 멀게만 느껴지거나 혹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완벽한 마침표'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강력히 권한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결국 오늘을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