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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 악은 어떻게 평범한 일상은 무너뜨리는가

by toxictfrog 2026. 1. 8.

미야베 미유키의 대작 모방범1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이자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정수로 불리는 대작, 『모방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선뜻 시작하기 어렵지만,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이 소설의 매력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평범한 일상을 뒤흔든 거대한 악의 출현: "어느 날 갑자기 비극이 찾아온다면?"

여러분, 혹시 평화로운 주말 아침에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지 않을까요?

미야베 미유키의 대작 『모방범』은 바로 그런 상상조차 하기 싫은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도쿄의 한 평화로운 공원 쓰레기통에서 여성의 '오른팔'과 '핸드백'이 발견된 거예요.

이 책을 읽은지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초반 도입부가 주는 무서움과 궁금증이 때문인지 이 책을 쉽게 멈출 수 없다는 걸 느꼈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무려 5년 동안이나 연재하며 공을 들인 작품이에요.

그래서인지 사건을 다루는 깊이가 남다르고 묘사도 세밀하죠.

단순히 "누가 범인일까?"를 맞히는 퀴즈 같은 소설이 아니라, 범죄가 일어난 뒤 남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비극을 구경거리처럼 소비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거든요.

90년대 말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만 없을 뿐이지 타인의 고통을 가십거리로 삼는 지금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범인이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기 범죄를 '작품'이라고 떠벌리는 장면이에요.

수많은 사람 앞에서 유가족을 조롱하고 경찰을 비웃는 범인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평생 정직하게 두부를 만들어 온 아리마 요시카즈 할아버지가 손녀를 잃고 범인의 전화를 직접 받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악'이라는 것은 영화속에만 존재하는 괴물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틈새를 파고드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줍니다.

이 첫 번째 장에서 우리는 미야베 미유키가 구축한 방대한 서사의 기초와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마주하게 됩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대작 모방범2

2. '피스'라는 이름 뒤에 숨은 뒤틀린 욕망: "완벽해 보이는 그놈의 소름 돋는 정체"

자, 그럼 이 모든 끔찍한 연극을 기획한 범인은 대체 누굴까요?

이 소설의 빌런 '피스(Peace)'는 정말 역대급 캐릭터예요. 겉모습은 잘생기고 말도 잘하는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은 타인의 고통에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이코패스죠.

피스는 자기가 직접 손을 더럽히기보다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걸 즐겨요.

자기 고등학교 동창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부려가며 살인을 지시하고,

그들이 죽은 뒤에는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계획까지 완벽하게 짜놓거든요.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피스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너무 치졸해서 더 무서웠어요.

그는 대단한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세상 사람들이 자기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걸 보며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할 뿐이거든요.

자기를 천재적인 예술가라고 착각하면서 타인의 목숨을 도구로 쓰는 거죠.

이런 피스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비뚤어진 인정 욕구가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괴물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어요.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피스의 유년 시절과 성장 배경을 슬며시 드러내며

'악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해요.

하지만 절대로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치졸한 열등감과 인정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악의 실체가 사실은 얼마나 공허하고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폭로합니다.

피스라는 인물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본능과 그것이 권력을 가졌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지적인 긴장감은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독자들이 중간에 지치지 않고 책을 끊까지 완독하게 만드는 큰 역할을 하죠!

저 역시 이 책이 분량이 이렇게나 많이 됐다고? 하면서 한 권 한 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3. 남겨진 자들의 사투와 연대: "슬픔을 딛고 진실을 쫓는 평범한 영웅들"

보통의 추리 소설이 범인을 잡는 '탐정'이나 '형사'에게 집중한다면, 『모방범』은 피해자의 가족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훨씬 더 많은 정성을 쏟아요.

사실 범인을 잡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남겨진 시간을 살아내는 거잖아요.

손녀를 잃은 아리마 요시카즈 할아버지는 이 소설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예요.

범인이 아무리 흔들어도 품위를 잃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죠.

여기에 진실을 알리려고 발버둥 치는 프리랜서 기자 마에다 시게코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져요.

그녀는 사건의 자극적인 면만 보도하는 언론계의 생리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피스를 추적하거든요.

이처럼 소설 속에는 범인 때문에 삶이 송두리째 바뀐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해요.

마치 여러 편의 드라마가 촘촘하게 엮인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작가는 "피해자라면 이래야 해"라는 세상의 편견이나 범죄자를 영웅처럼 떠받드는 비정상적인 사회 분위기를

따끔하게 꼬집기도 해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며 희망을 놓지 않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은 피스가 가진 그 어떤 화려한 지능보다 더 강력한 울림을 줘요. 이들의 눈물과 땀방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지켜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답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대작 모방범3

4. 완벽한 계획의 틈새와 정의의 실현: "악마가 무대 위에서 스스로 무너진 이유"

드디어 이야기는 대망의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피스는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명해지자, 스스로 방송에 출연해 대중 앞에 서는 대담함을 보여요.

"설마 범인이 저렇게 당당하게 TV에 나올까?" 싶지만, 그게 바로 피스의 오만함이었죠.

그는 자신이 완벽한 각본을 썼다고 믿었지만, 진실을 쫓던 사람들은 그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을 정확히 파고듭니다.

바로 피스의 끝없는 '자기과시욕'과 '자존심'이었어요.

마지막 생방송 토론회 장면은 정말 이 소설의 백미예요! 화려한 액션 장면은 없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가는 심리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하거든요.

진실을 추적해 온 이들이 피스의 범죄를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남의 것을 베낀 보잘것없는 모방'이라고 깎아내리자,

평정심을 유지하던 피스는 자기도 모르게 자폭하고 말아요.

가장 화려하게 빛나고 싶었던 무대가 순식간에 그의 무덤이 되는 순간, 독자들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작가는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범인은 잡혔고, 법의 심판을 받지만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소설의 결말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금 일어서서 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비추며 삶의 끈질긴 생명력을 예찬합니다.

결국 악은 아주 요란하게 세상을 뒤흔들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버티게 하는 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의지였던 게 아닐까요?

미야베 미유키가 이 방대한 서사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국 '악의 평범함'에 맞서는 '선의 끈기'였을 것입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2000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이야기는 숫자로 보이는 것 만큼 길고 지루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권선징악이라는 짧고 굵은 의미를 우리의 삶속에 녹여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장르로 탄생시킨 작품이죠.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알고보면 많은 사람들의 선함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는지,

평범이라는 단어가 감사라는 단어와 뜻이 같아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삶도 수 많은 악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선함으로 평범함을 만드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는 다음 포스팅때 또 재미있는 책으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