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얼마 전 병원에서 제 차례를 기다리다 무심코 앞에 틀어진 티비를 보고 있었어요.
뉴스 속 사건은 잔인하기도 무섭기도 한 내용이었습니다.
보고 있던 중 제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에서 sns 알림음이 울렸고, 평소처럼 의미없는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어요.
그러고선 주변을 둘러보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그 뉴스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또 스마트폰을 보고 있더라구요.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은 쉬워졌지만 역설적으로 타인의 고통에는 점점 무뎌지고 있지는 않을까요?
갑자기 우리 사회가 점점 공감 불능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가 예전에 읽었던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과 그와 반대되는 친구를 만나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내용인데요,
이 책을 통해 공감 불능 시대에 진정한 관계와 소통은 무엇인지 여러분과 같이 생각해 보고 싶어졌어요!
1. 괴물이라 불린 소년, 윤재를 통해 느끼는 감정의 결핍.
여러분, 혹시 '아몬드'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우리는 고소한 견과류 간식을 떠올리겠죠.
하지만, 손원평 작가님의 소설 『아몬드』를 읽고 나면 아마 우리 뇌 속의 '편도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거예요.
이 소설의 주인공 윤재는 바로 이 편도체가 남들보다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거든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윤재는 '괴물'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윤재에게 세상은 해석하기 어려운 수학문제나 암호와도 같죠.
그런 윤재에게 할머니와 엄마는 이런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공감 교육'을 시킵니다.
상대방이 슬픈 이야기를 하면 표정을 어둡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라는 식이죠.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정말 진심으로 공감해서 반응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그래야 하니까 연기를 하는 걸까?" 하고요.
감정을 느끼는 것과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작가는 윤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 진짜 공감은 무엇인지, 하고 있는지 묻고있는 것 같습니다.
글 초반에서 제가 느꼈던 것 처럼 여러분도 내 마음속의 아몬드는 어떤 상태인지 한번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어떨까요?
이상하고 무섭게도 느껴졌던 윤재의 무표정이 어느덧 우리의 무감각함을 말하는 것만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답니다.
2. 뾰족한 소년 곤이와의 만남, 공감은 학습될 수 있을까?
자, 이제 윤재의 평온한(?) 일상에 돌을 던지는 인물, '곤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곤이는 윤재랑은 완전히 딴판인 친구예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분노와 슬픔이 꽉 차 있어서 그걸 거친 행동으로 뿜어내죠.
재미있는 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무서워하는 곤이의 독설과 폭력이 윤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는 거예요.
윤재는 감정을 못 느끼니까 곤이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거든요.
곤이 입장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를 '문제아'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 봐주는 상대를 만난 셈이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곤이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그렇지 않은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게 하죠.
공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학습해야 하는 '마음의 근육'임을 깨닫게 됩니다.
윤재처럼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공감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두 친구를 통해 배웠어요.
곤이는 윤재에게 감정이라는 불씨를 지펴주고, 윤재는 곤이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이 과정을 보면서
제 마음도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혹시 지금 주변에 이해하기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윤재처럼 편견의 안경을 벗고 그 사람의 '아몬드'를 한번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 다른 두 아몬드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생각보다 참 아름답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3. 우리가 잃어버린 아몬드를 찾아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을 넘어, 공감 능력이 상실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 보내는 경종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매일 확인하지만, 정작 그 이면의 진실된 아픔에는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요? 소설의 마지막, 윤재가 겪는 변화는 드라마틱한 기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꾸준한 사랑과 관심이 한 사람의 뇌, 즉 굳어버린 '아몬드'를 깨울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아몬드를 점검해보았습니다. 타인의 눈물을 보고도 '내 일이 아니니까'라며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곤이처럼 상처받은 이들을 너무 쉽게 '문제아'로 낙인찍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아몬드>는 타인에게 다가가는 법을 잊어버린 성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감정이 메마른 시대일수록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시선'임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