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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6>(김난도) 리뷰 : AI 시대,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by toxictfrog 2026. 2. 14.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26>> 리뷰

[도서 리뷰] 트렌드 코리아 2026, AI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묻다

1. 서론: 왜 지금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자리에는 어김없이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놓인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대한민국 소비 흐의 이정표 역할을 해온 이 시리즈가 2026년을 앞두고 던지는 메시지는 유독 묵직하다. 우리가 지금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년 유행을 미리 알기 위함이 아니다.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추가 '어떤 상품이 유행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2026년의 추세는 '급변하는 기술 속에서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실존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2026년 말띠 해를 맞아 제시된 메인 키워드 'HORSE POWER'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엔진(말) 위에서 인간이 어떻게 방향을 잡고 통제권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상징한다. 변화의 속도가 개인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는 시대에,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감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키워드로 대변해 준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타기 위해서, 지금 이 책이 제안하는 10가지 키워드 속에서 내가 느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자히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기술의 완성은 결국 인간이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10가지 키워드(HORSE POWER)는 휴먼 인 더 루프, 오감 마케팅, 리얼리티 체크, 소셜 유목민, 에너지 이코노미, 필코노미, 기원 전략, 워크플레이스 진화, 픽셀라이프, 감정의 가치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주목할 키워드는 기술과 인간의 협업을 뜻하는 '휴먼 인 더 루프'이다. 이는 AI가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핵심 단계마다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코딩까지 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그 결과물에 대한 '최종 책임'과 '윤리적 검증'의 가치는 더 상승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하여 정답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지 혹은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건드리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6년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 AI의 결과물에 인간만의 감성과 창의성을 한 방울 더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문구를 AI가 작성하더라도 그 문구가 공략 고객의 미묘한 심리를 정확히 관통하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또한 AI가 발생시킬 수 있는 편향성이나 저작권 문제 등 이른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걸러내는 필터로서의 인간 역할이 강조된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활용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이 책은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AI 시대에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과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3. 필코노미(Feelconomy), 감정과 경험이 지배하는 새로운 소비 시장

두 번째 핵심 변화는 소비의 기준이 기능에서 감정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점이다. '필코노미'는 감정(Fee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물건의 성능이나 가성비보다 '내가 이 소비를 통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현상을 뜻한다. 기술의 발달로 제품 간의 기능적 차별화가 거의 사라진 시대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매달려야 할 곳은 결국 고객의 마음이다. 2026년의 소비자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거나, 위로를 건네거나, 혹은 찰나의 즐거움을 주는 정서적 경험에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급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생존을 위한 정서적 충전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은 오프라인 공간의 재발견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방문객에게 특별한 브랜드 서사와 몰입형 경험을 선사하는 팝업 스토어나 전시 공간이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중독과 외로움이 심화하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세밀하게 돌봐주는 서비스에 열광한다. 멘털 헬스케어 산업의 급성장이나 감성적인 브랜딩이 시장을 선점하는 이유도 필코노미의 연장선에 있다. 이제 마케팅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감정적 상태를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치유받길 원하는 정서적 주체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읽지 못하는 브랜드는 시장에서 빠르게 소외될 수밖에 없다.

4. 픽셀라이프(Pixelated Life), 파편화된 개인과 취향의 공동체

세 번째로 살펴볼 지점은 우리의 삶이 마치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처럼 잘게 쪼개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세대, 지역, 직업 등 굵직한 카테고리로 사람들을 분류할 수 있었다면, 2026년의 개인은 훨씬 더 세분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다. '픽셀라이프'는 거대한 담론이나 장기적인 미래 계획에 매몰되기보다, 당장 오늘 내가 즐길 수 있는 작은 취향에 몰입하고 파편화된 일상을 즐기는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사람들은 이제 전형적인 성공 가도를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취미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마이크로 커뮤니티'에서 진정한 소속감을 찾는다.

 

이러한 파편화는 미디어 소비 방식과 노동 환경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가 정보 습득의 주류가 되고, 하나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쪼개어 파는 'N잡러'의 확산은 픽셀라이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삶이 쪼개진다는 것은 얼핏 보기엔 공동체의 붕괴로 보일 수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초개인화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2026년의 추세는 거창한 유행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수천수만 개의 작은 추세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과 창작자들은 대중 전체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다, 특정 픽셀(취향)을 정교하게 타격하는 정밀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 개인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자신만의 조각들을 맞춰가는 과정이야말로 2026년을 살아가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5. 변화의 파도 위에서 고삐를 당기다

결국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본질은 '회귀'에 있다. 기술이 화려하게 발전하고 소비 시장이 복잡해질수록,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결국 '인간다운 본질'이라는 것이다. AI는 지식을 줄 수 있지만 지혜를 줄 수는 없으며, 디지털은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줄 수는 없다. 책에서 제시한 10가지 키워드는 모두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인간의 욕망과 결핍, 그리고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을 통해 2026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질 수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변화라는 강력한 말의 등에 올라타 방향을 결정하는 기수가 되어야 한다. 추세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유행에 민감해지는 기술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는 철학적 훈련에 가깝다. 2026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가 던져준 10개의 키워드 속에서 내가 찾은 키워드는 이러한데, 여러분의 키워드도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