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 리뷰

[도서 리뷰]정답은 있다(이정효) :축알못 전업 주부가 축구감독에게 배운 삶의 정답(정답은 있다-이정효 저)

by toxictfrog 2026. 3. 9.

이정효의 저서 정답은 있다 리부ㅠ

우리는 본업으로 삼고 있는 직무가 정체되거나 전망이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 대개 '퇴사'나 '전직'이라는 외부적인 환경 변화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떠올린다. 필자 역시 직업은 막론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막히거나 정체되었을 때 포기하거나 그 일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택하곤 했다. 막연한 현실 앞에서 현재의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최선의 탈출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효 감독의 저서 『정답은 있다』는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수로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축구라는 세계의 본질을 놓지 않으며 끝내 자신만의 '정답'을 증명해 냈다.

 

선수 시절의 그는 국가대표 선발은커녕 대중의 주목조차 받지 못했던 무명 선수였다. 인터뷰 기회조차 전무했던 고립된 시간을 견뎌낸 그는, 현재 광주 FC를 거쳐 K리그를 대표하는 전술가로서 마흔 명에 가까운 취재진 앞에 당당히 서게 되었다. 본 서평에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구단 역사상 최초의 코리아컵 준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그의 업적을 분석하고, 삶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축적의 미학'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1. 성과 없는 10년: 단순한 버팀이 아닌 '데이터 축적의 시간'

이정효 감독의 무명 시절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고난의 연속이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중의 기억 속에 남지 않는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서 느꼈을 심리적 고립감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이 시기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견뎌낸 것이 아니라, 훗날 지도자로서 발현될 '전술적 데이터'를 묵묵히 쌓아 올리는 내공 응축의 시간으로 삼았다. 현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본질에 천착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내공을 집약시킨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환경적 요인을 탓하며 이직이나 전업을 고려한다. 필자 역시 과거의 정체기마다 상황과 정면으로 승부하기보다 포기를 선택하고 전혀 다른 경로를 탐색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며 깨닫게 된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정작 본질적인 성장을 이룰 '축적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그곳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독자의 안일함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정효 감독이 일구어낸 기적 같은 성과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주목받지 못했던 10년 동안 남들이 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축구의 본질을 파고들었던 집념이 감독이라는 직책을 통해 폭발한 결과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체기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나만의 정답을 서술하기 위한 필수적인 '예열 기간'임을 인식해야 한다.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시기에도 자신을 연마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정답을 향한 여정의 일부임을 그는 실천적으로 증명한다.

2. 시스템의 구축: 열악함을 돌파하는 차별화된 전략

축구 팬들이 이정효라는 인물에 열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승리라는 결과 때문이 아니다. 자본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시민구단을 이끌면서도 대형 클럽들을 전술적으로 압도하는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적 제약을 타협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자신의 철학이 유효함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요행을 바라는 승리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시스템을 설계하라."

이러한 전략적 사고는 비단 축구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망이 어둡거나 한계가 명확해 보이는 직종에 종사하더라도, 남들과 차별화된 시스템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그가 보여준 확신은 근거 없는 맹신이 아니라, 완벽을 기했던 준비 과정에서 도출된 실체 있는 믿음이었다. 결국 환경은 변명에 불과하며,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의 해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야말로 프로페셔널의 기본 자질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3. 물음표를 느낌표로: 정답을 '만드는' 태도의 전환

보통 사람들은 인생의 정답이 외부에 미리 설정되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평생을 방황한다. 정답지를 찾지 못할 때 느끼는 불안은 삶의 추진력을 약화시키곤 한다. 그러나 이정효 감독은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그는 무명 선수였던 과거의 결핍을 은폐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절의 갈증을 동력 삼아 지도자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과거의 초라함조차 현재의 찬란함을 위한 핵심 재료로 재구축한 것이다.

 

그에게 정답이란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여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현재의 커리어가 불투명하고 미래가 불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성급한 해답을 구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어떠한 밀도로 채울 것인지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철학을 피력하던 감독의 모습은,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치열하게 사유한 사람만이 쟁취할 수 있는 훈장이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삶에 산재한 물음표들이 사실은 정답을 향한 이정표였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태도로 그 자리를 수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매 순간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그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태도야말로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무명 축구선수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감독이 된 현 삼성 블루윙즈 이정효 감독

 


결론: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확신의 이정표

이정효 감독의 서사는 스포츠를 넘어 자신의 업(業)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자세를 성찰하게 만든다. 성과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외부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환경 변화는 임시방편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진정한 해결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현장에서 나만의 '정답'을 구현하기 위해 끝까지 몰입했는가라는 자문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현재 보유한 도구들로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집요함이 필요하다. 필자 역시 이 책을 통해 쉽게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한 번 더 본질에 다가가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정답이 부재함을 한탄하기 전에, 그 정답을 자신의 손으로 서술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한다.

 

인생에 정해진 모범 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우리가 흘린 땀과 치열한 고민으로 채워 넣은 빈칸만이 존재할 뿐이다. 현재 삶이 막막한 물음표로 가득하다면, 이정효 감독의 뜨거운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답안지를 작성할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삶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내가 치열하게 창조해 가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