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고,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나에게 그 대상은 주로 엄마다. 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날 선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받침대가 되곤 한다. 내 계획이 조금만 어긋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들으면, 나는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표정과 심한 말로 엄마를 할퀴고 만다.
이러한 감정의 배설은 엄마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친동생, 남편, 그리고 어린 아들까지, 나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내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마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만난 나겨울 작가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은 나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감정'과 '태도'의 엄격한 분리를 강조한다. 감정이 메마른 듯 보이지만 정작 스트레스로 짓눌려 폭발 직전인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내면의 질서를 잡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확신한다.

1. 기분은 내 책임이 아니지만, 태도는 내 책임이다
작가는 책의 초반부에서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바로 '기분'과 '태도'를 동일시하는 오류다. 살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이 온다. 갑작스러운 비보, 타인의 무례함, 혹은 몸이 좋지 않아 예민해지는 상황들 말이다. 작가는 이러한 '기분' 자체는 자연 현상과 같아서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분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방식인 '태도'는 엄연히 선택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나의 무례함을 '솔직함'이나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폭발'로 포장해왔음을 깨달았다. 특히 서론에서 언급했듯, 엄마나 남편처럼 나를 무조건적으로 받아 줄 것이라 믿는 존재들에게 나는 "지금 내 기분이 안 좋으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이기적인 핑계를 대고 있었다. 책 속에서 "기분은 내 책임이 아닐 수 있어도, 그 기분을 태도로 바꾸어 남을 공격하는 순간 그것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 된다"는 구절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흔히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어"라는 말로 면죄부를 얻으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성숙하지 못한 자아의 변명일 뿐이다. 작가는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 그 감정을 즉각적으로 밖으로 내뱉기 전에 잠시 멈추어 서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 안의 기분이 비록 천둥 번개가 치는 날씨일지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태도는 타인을 배려하는 온화한 날씨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진정한 어른의 자세다.
2. 적당한 거리두기, 나를 지키고 관계를 살리는 기술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지점은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에 대한 통찰이다. 작가는 관계가 망가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족이니까", "친하니까"라는 명분 아래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고, 내 감정 쓰레기통으로 상대를 활용하기 시작할 때 관계는 서서히 병들어간다. 특히 "서로를 사랑할수록 예의라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는 문장은 내 가슴에 깊게 박혔다.
나는 그동안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나를 다 이해해줘야 한다'는 과도한 기대를 품고 살았다. 아들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혹은 남편이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을 때 느꼈던 서운함은 곧장 날카로운 태도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책은 타인은 결코 나의 감정을 완벽히 대신 느껴줄 수 없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타인을 내 통제 하에 두려는 욕심을 버리고, 각자의 감정 공간을 존중하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오히려 관계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작가는 인간관계를 난로에 비유한다. 너무 가까우면 데이고, 너무 멀면 춥다. 우리는 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내가 타인에게 바라는 기대치를 낮추고, 대신 내 내면의 평온을 스스로 찾는 법을 가르쳐준다. 남편이나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일희일비하며 내 기분을 망치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의 여백을 두는 연습이 절실함을 느꼈다. 결국 좋은 태도란 타인을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내 마음의 경계선을 명확히 긋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장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본론 3. 나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건져 올리는 루틴
마지막으로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형식적인 위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쁜 기분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감정 환기법'을 가질 것을 권한다. 감정은 한 번 고이기 시작하면 썩기 마련이기에, 흐르는 물처럼 밖으로 흘려보내거나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 기한이 지나기 전에 정화하는 습관이 태도를 결정한다"는 조언은 매우 실용적이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나만의 방식이 부재했음을 알게 되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내 기분이 나빠졌음을 스스로 빠르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다스릴 해결책이 필요하다. 작가는 가벼운 산책, 좋아하는 차 한 잔 마시기, 혹은 단순히 심호흡 세 번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뇌에서 이성의 뇌로 주도권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감정 일기' 쓰기 또한 훌륭한 방법이다. 내가 언제 화가 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지 기록하다 보면 나의 감정 패턴이 보인다. 나 역시 이제는 엄마에게 화를 내기 직전, 혹은 아들에게 짜증을 내기 직전에 잠시 그 자리를 피하거나 심호흡을 하며 내 감정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보려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은 거창한 의지력이 아니라, 아주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결론: 내 안의 날씨를 다스리는 어른의 태도
결국 작가의 말처럼 기분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같다. 어느 날은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눈이 부실 만큼 햇빛이 쨍쨍 내리쬐기도 한다. 우리가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하고, 햇빛이 강렬한 날에는 선글라스를 끼며 자신을 보호하듯, 감정 또한 그에 맞는 적절한 '도구'와 '대처'가 필요하다.
준비 없이 비를 흠뻑 맞거나 뜨거운 태양 아래 무방비로 나를 노출한 채, 그 고통을 주변에 화풀이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동안 '기분'이라는 명목하에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날카로운 상처를 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태도로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준다.
나 역시 이제는 내 안의 날씨를 탓하기보다, 어떤 날씨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라는 장비를 갖추려 한다.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오늘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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