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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미움받을용기(기시미 이치로) : 착한사람이 불행해지는 이유. 이제는 모두에게 필요한 미움받을 용기

by toxictfrog 2026. 2. 19.

서론: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힌 현대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SNS에서 '좋아요' 숫자는 곧 본인의 가치나 위치를 증명하는 지표가 되었다.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 내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을 갉아먹는 일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할수록 내면은 공허해지며 개인의 자유는 점차 사라진다.

기시미 이치로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는 이러한 현대인의 고질적인 심리적 결핍을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명쾌한 처방전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단순히 남을 신경 쓰지 말라는 무책임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우리가 왜 스스로 불행을 선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고찰하며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리뷰


본문 1: 원인론을 부정하고 현재의 목적을 직시하는 '목적론'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파격적인 출발점은 과거의 상처, 즉 '트라우마'를 부정하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인간은 "어릴 적 환경이나 과거의 실패 경험 때문에 현재의 내가 불행하다"라고 믿는다. 이를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결정한다는 프로이트식의 '원인론'이라 부른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목적론'을 제시한다. 목적론이란 인간이 과거의 사건 때문에 현재의 상태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현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의 사건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논리다.

필자 또한 이 대목에서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친구의 부탁을 한 번 거절했다가 무리에서 소외당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기억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강력한 잔상으로 남아, 타인에게 거절하지 못하고 늘 '착한 사람'으로 남으려 애쓰는 성격의 원인이 되었다고 믿어왔다. 즉, "과거의 상처 때문에 나는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원인론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아들러의 목적론에 비추어 보면 해석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과거의 소외 경험 때문에 거절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고 관계의 안전함을 유지하고 싶다'라는 현재의 목적을 위해 과거의 상처를 핑계로 삼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불행이 환경 탓이 아닌 자신의 선택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어 때로는 잔인한 논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관점은 곧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과거는 결코 바꿀 수 없지만, 현재의 목적은 지금, 이 순간의 결단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부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결국 인간은 과거의 노예가 아니라 현재를 선택하는 주체적인 존재임을 작가는 강조한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그림자에 숨어 현재의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본문 2: 과제의 분리,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삶을 거부하라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대부분은 타인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영역에 타인을 무분별하게 들여보낼 때 발생한다. 아들러는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제의 분리'라는 명확한 기준을 세운다. 어떤 선택이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최종적인 결과가 누구의 몫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과정이다. 이는 인간관계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핵심적인 도구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타인의 평가를 들 수 있다. 내가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나의 과제이지만, 그 결과로 상대방이 나를 좋아할지 혹은 싫어할지는 온전히 상대방의 과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며 산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아들러는 이를 '인정 욕구'에 매몰된 상태라고 비판한다.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삶은 결국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것에 불과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움받을 용기'를 갖는 것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과제일 뿐, 나의 본질적인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진정한 인간관계의 자유가 시작된다. 이러한 과제의 분리는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오히려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할 수 있게 돕는 건강한 관계의 출발점이다.

본문 3: 평범해질 용기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

마지막으로 이 책은 특별해지고 싶은 욕구, 즉 우월성 추구의 함정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한다. 많은 이들이 타인보다 뛰어나거나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만 자신의 가치가 증명된다고 믿으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나 아들러는 '평범해질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평범함은 결코 무능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굳이 타인과 비교하여 우월함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여유를 뜻한다.

또한 인간은 흔히 목표 지점에 도달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현재를, 미래를 위한 '준비 단계'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아들러는 인생을 하나의 선이 아닌, 찰나의 연속인 '점'으로 규정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제의 실수나 내일의 불안은 현재의 나를 구속할 권리가 없다. 만약 인생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이라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인생은 모두 실패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인생은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소풍'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인생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완벽주의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안도감을 선사한다. 삶은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매 순간의 점들을 정성껏 찍어나가는 과정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결론: 행복의 열쇠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전하는 핵심은 결국 행복이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점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환경이나 혈통, 과거의 상처를 핑계 삼아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다소 냉정한 일침을 가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변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관계없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응원이 담겨 있다.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며 눈치 보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고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졌을 때 비로소 타인과 진정한 수평적 관계를 맺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삶의 무게 중심을 타인으로부터 자신에게로 옮겨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오직 본인만이 알고 있으며, 이미 우리 마음속에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