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은 일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곤 한다. 나를 오해하는 친구,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상사, 혹은 내 기대와 다르게 행동하는 연인까지 우리 주변에는 통제할 수 없는 타인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고 싶어 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스스로를 괴롭힌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두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나 또한 매 순간 남들의 눈치를 보고, 타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정을 소모하곤 했다. 그러다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 멜 로빈스(Mel Robbins)'렛 뎀 이론(The Let Them Theory)'을 접하게 되었다. 이 이론의 핵심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냥 그들이 그렇게 하게 두라(Let Them)."

친구가 모임에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면 그냥 그러게 둔다. 누군가 나에 대해 수군거린다면 그 또한 그냥 그러게 내버려 둔다. 우리가 지금 이 이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타인을 바꾸려는 시도가 실패할 때마다 결국 깎여 나가는 것은 나의 자존감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극에 달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관계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에서 힘을 빼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왜 우리가 이 '내버려 두기'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렛 뎀 이론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평온하게 바꿔줄 수 있는지 그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1. 우리가 타인을 통제하려는 이유와 '렛 뎀'의 심리학]

우리는 왜 타인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들을 내 뜻대로 바꾸고 싶어 할까? 심리학적으로 타인을 통제하려는 욕구는 깊은 '불안'에서 기인한다. 상황이 내 예상에서 벗어나거나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는 본능적인 위협을 느낀다.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해명하거나 화를 내며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만, 멜 로빈스는 이런 노력이 오히려 우리를 감정적으로 고립시킨다고 경고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예전에 아이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던 때가 생각났다. 아이는 내가 준비한 요리가 먹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유치원 등원 시간을 맞춰야 했던 나는 이 상황이 내 계획에서 벗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아이의 입맛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음에도, 내 계획을 관철하려다 보니 서로의 기분만 상하게 된 것이다.

렛 뎀 이론의 핵심은 이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다. 타인의 생각이나 선택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허용(Let)'하는 순간, 상황의 주도권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친구가 나를 모임에 부르지 않았을 때 분노하는 것은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행위지만, "그들이 그러고 싶다면 그러게 두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평온함은 타인의 행동과 무관하게 유지된다. 이것은 방관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무의미한 통제 시도를 멈추면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2. 실전 적용, 일상의 모든 관계에 '렛 뎀'을 대입하기]

렛 뎀 이론을 일상에 적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구체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이론은 나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부모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의 모든 행동과 선택을 통제하려 들기 쉽다. 나 역시 아이가 내 기대만큼 따라와 주지 않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마다 조바심을 내며 아이를 다그치곤 했다. 하지만 멜 로빈스의 조언처럼 "아이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하게 두자(Let them)"라고 마음먹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를 내 기준에 맞추려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성향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아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평온을 지키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버려 둠'의 미학은 비단 육아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사가 나의 제안을 거절하거나 동료가 내 업무 방식에 불필요한 참견을 할 때, 우리는 보통 즉각적인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이때 마음속으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두자"라고 읊조려 보는 것이다. 그들의 비판이나 태도가 곧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오해하게 내버려 둘 때, 역설적으로 나는 내 업무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내 뜻대로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일이다.

[3.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힘]

렛 뎀 이론의 진정한 목적은 타인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쏠려 있던 나의 에너지를 온전히 회수하는 데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SNS를 확인하며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나를 비교하고, 누군가 남긴 무심한 댓글 하나에 하루 기분을 망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남들은 저렇게 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라는 비교의 굴레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강력한 자존감의 뿌리가 된다. 자존감은 타인의 칭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기 신뢰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싫어하게 두라(Let them dislike me)"는 문장은 처음에는 두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자유가 찾아온다. 남들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와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 내가 가고 싶었던 길에 에너지를 쏟기 시작할 때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설득하던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나의 성장과 휴식에 투자하는 것, 그것이 렛 뎀 이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마치며: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한 문장의 마법]

멜 로빈스의 렛 뎀 이론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다. 이것은 내 삶의 주도권이 타인이 아닌 오직 나에게 있음을 재확인하는 삶의 철학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나를 향한 모든 오해를 해명하며 살 수도 없다. 때로는 나를 향한 날 선 비판이나 무관심조차도 "그저 그렇게 흐르도록" 내버려 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오늘부터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나 사람이 있다면, 애써 바꾸려 하지 말고 나지막이 '렛 뎀'이라고 말해보자.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는 시간에,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파도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가 아니라, 그 파도를 타고 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평온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