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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리뷰]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 당신은 어느 계절의 열매인가요?

by toxictfrog 2026. 3. 3.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리뷰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30대를 목전에 두었을 때였다. 당시의 나는 결혼도 하기 전이었고, 그저 하루하루의 삶이 버거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서점에서 다시 이 책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불안에 떨던 과거의 내 모습이었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집은 살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승진과 연봉으로 자기 위치를 높여가고 있는데, 나만 초라한 곳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의 나는 모든 순간이 걱정이었고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행운과도 같았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이 180도 바뀌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막연한 걱정 속에 함몰되는 삶보다는 훨씬 나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보다 훨씬 단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이 책을 펼쳤다.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제는 승진이 아닌 노후를 걱정해야 하고, 어느덧 40대라는 새로운 문턱에 다가가고 있다. 환경은 변했지만 "나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또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책임질 것이 많아진 지금이야말로 이 책이 강조하는 가치가 더욱 간절해진다.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이어주는 이 책의 메시지를 다시금 깊게 기록해 보고자 한다.


1. 'Smart'와 'Good' 사이의 간극: 성적보다 중요한 존재의 가치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좋은 학생'에 대한 정의였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좋은 학생의 기준을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아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Good Student(좋은 학생)'는 흔히 'Smart Student(공부 잘하는 학생)'와 동일시되곤 한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그 인성이나 태도와 상관없이 모범생으로 칭송받고, 반대로 학업 성취도가 낮은 아이는 성품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어딘가 부족한 존재로 평가받기 일쑤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문화권의 사례를 들며, 공부를 못해도 충분히 '좋은 학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며, 공동체의 규칙을 준수하는 아이는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인격체라는 것이다.

 

일곱 살 아들을 키우며 곧 초등학교 학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이 구절은 뼈아픈 성찰을 안겨주었다. 나 역시 아이가 학생이 된다면, 은연중에 받아쓰기 100점을 맞아오고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해 상장을 받아오는 아이가 되길 내심 바랐던 것 같다. 아이가 가진 고유의 다정함이나 세상을 향한 순수한 호기심을 응원하기보다, 세상이 정한 'Smart'라는 좁은 틀에 아이를 맞추려 했던 나의 욕심을 반성하게 된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정답을 틀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도전하는 용기다. 부모로서 내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은 아이의 성적표 숫자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존재 자체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임을 다시금 마음 깊이 새긴다.

2.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타인의 삶을 훔쳐보지 않을 권리

5년 전, 서른을 앞둔 내가 가장 괴로웠던 이유는 끝없는 비교였다. 안타깝게도 그 비교의 굴레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SNS를 켜면 동기들의 화려한 승진 소식, 부모님께 고가의 가방을 선물하는 효도 인증샷, 아이에게 명품 옷을 입히고 외출하는 세련된 모습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럴 때면 버스비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묵묵히 걸어 다니던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그런 나에게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며, 우리가 보는 타인의 모습은 단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만을 편집해 놓은 단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냉철하게 짚어낸다.

 

당시에 이 조언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도 마음으로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깨달은 진리는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계절이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봄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누군가는 추운 겨울에야 비로소 단단한 열매를 맺는다. 주변 친구들이 높은 연봉과 직함을 얻으며 사회적 위치를 공고히 할 때, 나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고 따뜻한 가정을 꾸리는 일에 온 마음을 다했다. 이것은 결코 남들보다 '뒤처진 것'이 아니라,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이제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보아도 예전처럼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고, 동시에 내 손에 쥐어진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3. 어른의 사춘기를 지나 '온전한 나'로 마주하는 40대

어느덧 40대라는 새로운 문턱에 다가가고 있다. 20대의 패기와 30대의 치열함을 지나온 지금, 나에게 남은 숙제는 '책임감'과 '나 자신'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딸로서 짊어져야 할 역할들이 늘어날수록 '나'라는 존재는 자칫 뒷전으로 밀려나기 쉬웠다. 가족의 스케줄에 나를 맞추고, 아이의 성장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면 문득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며,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님을 말이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년 전에는 이 책이 '불안한 청춘을 위한 위로'였다면, 지금의 나에게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지도'와 같다. 과거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나의 모습도 충분히 빛났지만, 지금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을 통해 세상을 다시 읽어가는 현재의 시간 또한 내 인생의 귀한 한 조각이다. 완벽한 부모나 결점 없는 어른이 되려 애쓰기보다는, 때로는 실수하고 흔들리더라도 '나다운' 모습으로 당당히 서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이제 일곱 살 된 아들에게 "엄마는 너를 무척 사랑하지만, 엄마 자신의 삶도 소중하게 가꾸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행복한 어른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이자 유산이라고 믿는다.

결론: 훔쳐보는 삶을 멈추고 나만의 향기를 채우는 시간

나답게 살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는 삶의 기준점을 타인이 있는 '외부'가 아닌 내가 서 있는 '내부'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나는 최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오랫동안 내 삶의 비교 도구로 쓰였던 SNS 계정을 삭제한 것이다. 남들의 화려한 모습을 훔쳐보며 내 삶을 갉아먹는 대신, 나는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나 자신 외엔 아무것도 될 필요 없다."

책 속의 이 한 문장은 비교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나를 해방해 주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형이 될 필요도, 타인의 성공을 복제한 모조품이 될 필요도 없다. 오직 나라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의 주도권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훔쳐보는 삶에는 주인이 없지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에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단단한 뿌리가 내린다. 나는 이제 타인의 박수 소리가 아닌, 내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려 한다. 나로 사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