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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리뷰]찌그러져도 동그라미 입니다(김창완) : 완벽하지 않아서 늘 새로운 우리의 일상

by toxictfrog 2026. 3. 4.

 

 

김창완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 입니다 리뷰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일상 속에서, '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자꾸만 지치게 했다. 아침 일찍 아이의 등원 준비를 마치고, 유치원 버스에 오르는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낸다. 현관문을 닫고 들어오면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쌓여있는 집안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며 하나씩 일과를 해치우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숨을 돌릴 때쯤이면, 다시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이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빈틈조차 허용하기 싫어졌다. 청소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아이가 제시간에 일어나지 않거나 준비하며 꾸물대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앞섰다. 평범한 하루조차 내 계획대로 완벽하게 통제하려 애쓰다 마음의 여유가 바닥나 버린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며 숨이 가빠질 때, 김창완 작가의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만났다. '찌그러져도 괜찮다'는 그 투박한 위로가 내 뾰족해진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었다.


1: 찌그러진 채로도 충분히 동그란 나의 하루

김창완 작가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명료한 진리를 전한다.

"찌그러졌다고 해서 삼각형이나 사각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완벽한 원만을 정답이라 여기며 살아온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조금이라도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찌그러진 원을 보며 그것이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본질은 '동그라미'라고 말해주는 그의 문장은 나를 깊이 위로했다.

 

그동안 나는 매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집안일을 끝내지 못하면, 내 하루가 '실패한 도형'처럼 느껴져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다. 돌이켜보면 집안일이라는 것은 결코 완벽할 수도, 끝을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설사 내가 계획한 대로 완벽히 끝냈더라도, 깨끗이 정리한 장난감 상자는 아이가 돌아오면 다시 어질러지기 마련이고 빨래 바구니는 어느새 새로운 세탁물로 가득 찬다. 나는 이 끝없는 반복 속에서 오직 '완벽한 결과물'만을 쫓으며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마무리가 덜 된 청소, 제때 개지 못한 빨래 더미가 쌓여 있다고 해서 내 하루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여전히 동그라미이듯, 내 하루도 조금 어설프고 계획에서 벗어났을지언정 여전히 소중하고 온전한 하루였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자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지 시작했다. 먼지 한 점 없는 깨끗한 바닥보다 중요한 것은, 하원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오늘 하루 어땠는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였다. 작가는 우리에게 대단한 성취를 이루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찌그러진 부분조차 나를 구성하는 동그라미의 일부라는 것을 덤덤하게 일깨워준다.

2.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용기, 여백의 미학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가르침은 '기다림'과 '여백'에 있다.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세상을 관조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동안 아이의 꾸물거림을 참지 못하는 엄마였다. 외출하는 길에 아이가 내가 골라준 옷이 싫다며 이것저것 꺼내 입으려 하거나, 정해진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놀이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볼 때면 속에서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 스케줄인 '설거지'와 '세탁기 돌리기' 같은 일들이 빼곡히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창완 작가의 문장들은 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과연 그 5분, 10분을 단축해서 얻은 효율성이 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맞바꿀 만큼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책 속에는 작가가 매일 아침 라디오를 진행하며 만난 수많은 사연과 일상의 편린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서두르지 않아도 결국 삶은 흘러가며, 그 흐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여유가 우리를 살게 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그저 자신의 속도로 자신만의 동그라미를 그려가는 중이었는데, 나는 내 기준의 반듯한 원 안에 아이를 억지로 가두려 했던 것이다.

 

이제는 아이가 길가에 멈춰 서서 개미를 구경할 때, 같이 허리를 숙여 그 작은 움직임을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개미 한 마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새 우주 너머의 공룡 세계로 향하기도 한다. 가만히 듣다 보면 아이의 우주는 얼마나 무한한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찰나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삶의 여백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 시간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것들로 채워질 준비가 된 밀도 높은 시간이라는 것을 책은 가르쳐주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아이의 속도에 발을 맞추는 법을 배우며, 나는 조금씩 더 유연하고 단단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결론: 다시 찾은 일상의 축복, 나는 매일 조금씩 둥글어진다

결국 이 책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평범한 일상의 재발견'과 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작가는 특별할 것 없는 아침 공기, 길가에 핀 풀꽃, 매일 마시는 차 한 잔에서 삶의 경이로움을 찾아낸다.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주부의 일상은 자칫하면 사회와 단절된 듯한 공허함에 빠지기 쉽다. 나 역시 집안일과 육아에 매몰되다 보면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오직 역할만 남은 것 같아 우울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김창완 작가는 말한다. 일상의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가 곧 나를 만드는 숭고한 과정이라고 말이다.

 

매일 집안일을 끝내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시간이 예전에는 단순히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식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를 대접하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빌려 내 삶을 바라보니, 정성껏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가꾸는 일은 결코 의미 없는 노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이 머무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과도 같은 일이었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찌그러진 일상은 보석처럼 빛나는 조각들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완벽한 성과를 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세상의 잣대에서 벗어나, 내 안의 찌그러진 구석구석까지 보듬어주는 용기를 주었다. 이제 나는 거울 속에 비친 지친 내 모습에서도 동그란 희망을 발견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부족함을 찾기보다는, 오늘 내가 해낸 작은 일들에 박수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도 내 일상은 여전히 반복되겠지만, 그 안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찌그러지고 다시 둥글어지며 나만의 아름다운 원을 그려나갈 것이다. 찌그러진 채로도 충분히 동그란, 나의 소중한 삶을 응원하며 글을 맺는다.